작가:루쉰
출판사/출판일/가격: 창비(창작과비평사)/2006-10-16/8000
papercuts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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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매혹시킨 구절
어느 해 봄 그는 얼큰히 취한 채 길을 가다가 담장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털보 왕씨가 웃통을 벗어젖히고 이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갑자기 자기 몸도 가려워지는 느낌이었다. 털보 왕씨는 아Q처럼 백대머리 부스럼, 즉 나두창이 있고 수염도 덥수룩해서 사람들은 “왕라이후[王癩鬍](대머리 부스럼 털보 왕씨)라고 불렀는데 아Q는 거기서 나두창의 ‘라이(癩)’ 자만 빼고 부르며 그를 몹시 경멸했다. (…) 아Q는 그자 옆자리에 앉았다. (…) 아Q도 낡은 겹저고리를 벗고 뒤집어서 검사해보았다. 새로 빨아서인지, 아니면 꼼꼼하질 못해서인지 한참 시간을 들여 이를 겨우 서너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왕털보를 보니, 한 마리, 또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연달아 입에 넣고 툭툭 깨물어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맥이 빠져 있던 아Q가 나중에는 슬슬 화가 났다. 같잖은 왕털보도 저렇게 많은데 자신은 이렇게 적다니, 이런 체통 안 서는 일이 있나! 그는 큰 놈을 한두 마리 찾아내려고 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 그는 부스럼 자국 하나하나가 다 시뻘게져서는 옷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침을 탁 뱉고 말했다. “이런 털벌레 같은 놈!” “털 빠진 개새끼, 누굴 욕하는 거냐?” 왕 털보가 경멸하듯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 “누군 누구야, 그렇게 대답하는 놈이지!” 아Q는 일어서서 두 손을 허리춤에 대고 말했다. “너 맞구 싶어 뼈다귀가 근질근질하냐?” 왕 털보도 일어서서 옷을 걸치며 말했다. 아Q는 그가 도망가려는 줄 알고 주먹을 한 대 날렸지만 그 주먹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벌써 붙들렸다. 왕 털보가 한 번 잡아당기자 아Q는 비틀비틀 끌려가더니 금방 그에게 변발을 휘어잡혔다. 그러고는 담벼락으로 끌려가 늘 당하던 대로 이제 그 위에다 머리통을 짓찧게 생겼다. “君子動口不動手(군자동구부동수 : 군자는 말로 이르되 손을 쓰지 않느니라 - 역주)!” 아Q는 머리를 비틀며 말했지만 왕 털보는 군자가 아니었나 보다. 이 말에 아랑곳 않고 아Q의 머리를 다섯 번이나 짓찧고는 힘껏 밀쳐 버리더니, 아Q가 2미터가량 나가떨어지자 만족해하며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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